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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쾌대 Apr 05. 2024

꽃을 보다

오늘 일지

"오프라인에서는 꽃이, 온라인에서는 꽃사진이 온통 물결치더군. 난 문득 '불꽃'과 '물꽃'도 있을까, 궁금해졌어. 그래서 검색을 해봤지.


도시의 밤하늘에서 터지는 불꽃놀이와 비오는 저녁에 아스팔트 포장 도로에서 물방울들이 튀는 사진들을 발견했지. 무더기가 아니라 개체는 어떤 모습일까, 연관 검색까지해서 찾아보았어. 우리가 자연에서 무더기로 피어난 꽃을 찍기도 하지만 렌즈를 가까이해서 한 송이를 오롯이 담기도 하잖아.


그러다가 깨달았지. '세상의 모든 꽃은 결국 스러지고야 마는 존재구나...'라는 사실을. 영원한 것은 없지. 하지만 영원이 찰라에 담길 수는 있지. 사라지기 때문에 오래 가는 거야. 불꽃이 사라지고 나서 눈을 감으면 망막에 잔상이 잡히고, 물꽃이 흩어져 마르면 마음판에 그리움의 파동이 일어나잖아.


난 말야... 누군가 먹어치운 식탁 위에서 풍기는 빵냄새에서 더 간절한 허기를 느끼고, 훌쩍 떠나버린 사람의 부재(不在)를 당해서야 비로소 함께 할 때보다 그이의 실체를 오히려 더 생생하게 알 수 있더라고.


이제 곧 사방천지의 꽃들이 온통 땅으로 떨어지며 지는 날이 오겠지? 진짜 얘기는 그 다음에 펼쳐질 지도 몰라. 당신의 인생에서 말이야. 누군가 그랬어. 꽃이 진 자리에 열매가 맺힌다고."


#꽃은시들고_풀은마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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