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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쾌대 Apr 17. 2024

휴게소에서

오늘 일지

지난 주말 동해안 나들이에서 작은 빡침의 순간이 있었다. 휴게소 식당의 음식맛이 다 거기서 거긴데, 발군의 실력을 자랑하는 한식당에서 옛날 김치찌개 메뉴로 새벽 허기를 달래게 되었다. 너무 맛이 있어서 공깃밥 하나를 추가하려다가 움찔했다.


한 공기 1,500원.


아, 올 것이 왔구나... 이제 얼마 후엔 시중 식당에서도 공깃밥 한 그릇에 1,500원/2,000원의 시대가 들이닥칠 생각에 순간 화가 났다. 다른 건 몰라도 국내 쌀의 공급이 부족해서 가격이 오르지는 않았을 것 아니겠는가! 그리고 이내 서글픈 마음도 뒤따랐다. 왜냐하면 그런 분노도 시간이 지나면서 곧 당연한 기정 사실로 받아들일 것이란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예전에 담뱃값이 2,500원에서 4,500원이 되었을 때도, 소주 한 병이 2,000원에서 3,000원이 되더니 4,000원을 잠깐 거쳐 이제는 5,000원이 되었는데도 우리는 어느새 무덤덤하다. 분식집의 김밥, 라면, 떡볶이 가격도 모두 2배 가까이 상승했는데 새삼 웬 호들갑이냐고 하실지 모르겠다.


다른 건 몰라도 공깃밥 추가 시 1,000원은 일종의 심리적 마지노선이고 그래서 국롤이란 표현이 따르는 품목인데 이제 그게 무너지려고 한다면 지나친 과장이고 엄살이겠는가?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스태그플레이션의 한 복판을 지나고 있다. 파 한 단에 875원이 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서서히 끓어오르는 가마솥 안의 개구리가 될까봐 겁이 날 뿐이다. 서글픔은 일종의 체념이다. 내 안의 분노가 저항의 행동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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