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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쾌대 Apr 12. 2024

선거가 끝나고

오늘 일지

일상이란 마치 흐르는 강물과도 같다. 사건이 흐르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바라보는 마음이 따라서 움직이는 것이다.


강가에는 나무가 자라고, 물고기를 잡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퍼지고, 굴뚝에서 밥 짓는 연기가 피어오른다. 무탈하고 평온한 저녁에 평안한 마음이 깃들며 퍽퍽한 삶을 이어갈 힘과 용기가 새벽 물안개처럼 번진다. 그래서 일상이 무너진다는 것은 사실 모든 게 흔들린다는 말이다. 선거의 계절을 지나며 한바탕 광풍이 불어 물결이 출렁였고 이제 다시 잔잔하고 평온한 시간으로 돌아왔다.

쨍하고 햇빛이 쏟아지는 어떤 순간에는 강물 위로 윤슬이 반짝이기도 한다. 무엇인가 자기보다 위대한 존재에 반응하며 순간적으로 번뜩이는 단상들이다.


어떤 이는 말한다. 강물의 표면이 반짝거리는 것은 한낱 현상에 불과한 것이기에 실체와는 무관한 신기루 같은 것이라고. 단편적인 생각만으로는 물길을 바꿀 수도, 세상을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하지만 그는 표상 뒤에 숨어있는 본질을 놓치고 있다.

흙탕물이나 녹조가 가득 낀 탁한 강물에는 표면이 반짝거리는 법이 없다. 근심과 의심과 탐심으로 흐려진 마음에는 살아서 펄떡거리는 생각이 들어서지 못한다. 생각은 생생한 깨달음, 生覺과도 같은 말이다. 강물이 반짝거리는 아름다움으로 인해 그걸 지키기 위한 노력과 희생을 다짐하는 것이다. 무료하게 반복되는 일상에서 강물은 어느새 자신의 소중함과 존귀함을 잊어버리고 지치기 마련이다. 오직 선하고 아름다운 것만이 활력과 지속해야 하는 이유를 준다.


윤슬은 햇빛에 강물이 반응하는 일이고, 반응한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뜻이며, 비록 스스로 빛을 발하지는 못하고 반사하는 것에 불과해 무력하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지금 눈앞에 보이지 않아 실체를 확인할 길도 없고 느껴지지도 않는 먼 바다, 즉 자기를 이끄는 '무엇'이 어쩌면 바로 생명의 요람이 되는 그 바다일지도 모른다는 내적 확신과 외적 계시에 부합하여 단순히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온 마음과 힘을 다하여 감응하는 것일 수도 있다.


선거가 끝난 일상의 강물에 살아있는 시민들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생각들이 무시로 반짝이는 오후가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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