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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쾌대 Apr 19. 2024

강연 후기

오늘 일지

어제는 어느 한 시인의 강연을 들었다. 그는 북방(北方)에 관한 이야기를, 그곳에서 뭇별처럼 점멸하다 스러져간 이용악과 백석과 윤동주와 김알렉산드라와 그리고 시베리아 화물 기차에 짐짝처럼 실려 삶의 터전이었던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 되었던 '여인이 팔려간 나라'의 서러운 백성들에 관한 역사의 뒤안길을 조곤조곤 낮은 목소리로 들려주었다.

부러웠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그의 가슴 한복판으로 스며들어와 자리 잡은 시원(始原)과 상실(喪失)의 공간인 '북방'이 그를 어머니처럼 이끌어 영문도 모르는 그를 나뭇가지처럼 뻗어나가게 하고, 강물처럼 흐르게 하고 있었다. 그런 이끌림은 결국 그가 있는 자리에서 다리를 뻗고 누워있게 하지 않는다. 그가 틈만나면 북방으로 떠나는 향하는 이유는 그의 마음이 그곳에 있기 때문으로 보였다.


그 여정의 끝에 펼쳐지는 시인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풍경에서 독자들은 자신이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느끼게 되리라는 소감이 들었다. 시인은 내 모교(고등학교)의 선배이자, 동시에 문학에서의 선배로서 길 위에서 서성거리는 미욱한 후배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당신의 화두는 무엇인가요?'

오늘, 그는 모처럼 남방(강진)으로 내려간다. 제21회 '영랑시문학상'을 수상하기 위해서이다. 축하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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