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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오늘 일지

깨달음

오늘 일지

by 김쾌대

젊은 시절, 나는 비즈니스에 실패했다.


Business는 busy의 명사형이 아닌가.

나는 늘 바빴다.

그래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분주해야만 돈을 번다고 생각을 했다.

게으름은 부덕이고 성실함이 미덕이었다.

남들보다 더 많이 움직여야 더 탁월한 성과와 풍성한 결실이 따른다고 여겼다.


그러다가 번아웃이 왔다.

길에서 쓰러져 죽을 뻔했다.

번짓수가 틀렸는데 그걸 모르고 살았다.


해야만 하는 것들에 붙들려 살았다.

질문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달렸다.

스스로에게나 비즈니스에서 만나는 상대방에게 모두 그랬다.

자기 마음대로 생각하고 결정하고 나서는 그대로 실행되지 않는다고 애만 태웠다.

혼자 실망하고, 혼자 반성하고, 혼자 수정하여 결정한 뒤, 다시 혼자 독주했다.


지금 생각하면 개가 토한 것을 다시 주워먹는 형국이었다.

어디 사업에만 그랬을까?

사랑하는 일에서도 바가지에서 물이 샜다.

애꿎은 가족들만 고생시켰다.

나를 순응하는 아이로 키우신 아버지가 제일 희생이 크셨다.


하우불이(下愚不移), 아직도 제 버릇 개 못 주며 살고 있어 때때로 난감하지만, 그래도 이제는 결정하기 전에 먼저 물어보는 태도를 몸에 붙이려고 한다.

늦었지만 그래도 습관을 들여야 한다.

다시 길에서 비명횡사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질문하는 일에 부지런해야 한다.

스스로에게, 또한 마주한 그 사람에게도.

비록 잘 안 되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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