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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쾌대 Jul 23. 2024

대체 불가

오늘 일지


지하철 개찰구를 통과해서 계단을 내려가는데 사람들이 우르르 올라온다.

직감적으로 내가 타야하는 열차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내려가지만 간발의 차이로 열차를 놓쳤다.

아쉽지만 뭐, 다음 열차를 기다리면 된다는 생각을 한다.


살다보면 떠나보내야 하는 일들이 생긴다.

살던 집에서 이사를 하고, 타던 차를 처분하고, 입던 옷을 버리기도 한다.

그래도 뭐, 다음에 새로 오는 것들이 있어서 헤어질 때의 아쉬움을 잊는다.


우리는 자주 잊는다.

장국영과 히스 레저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김주혁과 이선균이 허망하게 가 버린 후에도,

심지어 퇴근해서 집에 돌아오면 반겨주던

해피와 메리가 무지개 다리를 건넌 다음에도,

우리는 그들이 우리 곁에 있었다는 사실을

오래된 흑백 사진이 퇴색하는 것처럼 잊어 버린다.


잊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기 때문에,

그 슬픔을 담고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지낼 자신이 없기 때문에.


하지만 끝내 잊지 못할 사람도 있다.

아버지가 떠나시고 나는 아직도 꿈에서 그분을 만난다.

오래 전에 날 위해 헌신했던 첫 사랑도 아직은 내 마음에 있다.

어떤 이들은 먼저 보낸 자식 때문에 새벽에 일어나 통곡을 한다.

봉하마을 입구 바람개비는 바람부는 날에는 지금도 힘차게 돌아간다.


다른 어떤 것으로도 그 자리를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 열차가 떠나버린 플랫폼에는 셔터가 내려가는 소리가 들린다.


김민기가 우리 곁을 떠났다.

이제 무엇으로 그 빈자리를 채울 것이란 말인가.


#R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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