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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오늘 일지

폭염의 기억

오늘 일지

by 김쾌대

그해 여름도 이렇게 숨이 막혔다. 들숨과 날숨 사이에 멈춰버린 무덤 같은 적막함이 시간의 멱살을 붙잡고 매달리곤 했다. 가끔씩 무덤 속에서 죽은 자가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떠난 사람은 다시 오지 않아.'

'고아들은 부질없이 울지 않아.'

'내가 도대체 뭘 잘못했는데...?'


작렬하는 햇빛은 입자 단위로 느껴졌고, 세포 하나하나까지 파고든 그 빛은(아니, 볕은) 상처 위에 소금이 뿌려지는 것처럼 따갑고 쓰라려서 대낮에도 취한 것처럼 비틀거려야 했다. 내면에서 터지는 화산과 용암 때문에 사실 더위를 느낄 겨를도 없었다.


아스팔트가 녹아내리듯 어느 순간부터는 눈알이 괴멸되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들었다. 보이는 풍경과 사물과 사람들이 흐릿해졌기 때문이었다. 피사체들이 다시 또렷하게 보이던 다음다음 해 여름엔, 고아는 키가 한 뼘은 자라있는 걸 알 수 있었다.


* 이미지 출처: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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