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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오늘 일지

아보하

오늘 일지

by 김쾌대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소확행' 대신에 '아보하'라는 말이 통용되고 있다고 한다. 뜻은 '아주 보통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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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계엄 선포 이후 일반 시민들도 이제 간절히 원하는 소망이 아보하, 다시 말해 일상으로의 복귀이다. 그리하여 격랑 속에서 생사가 위협당하며 불안에 지쳐서 녹초가 된 몸으로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지긋지긋한 하루하루를 종식시키고 싶은 염원이 온 땅과 하늘을 덮고 있다. 빨리 끝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과연 2030 청년들도 다시 평온하고 무탈한 자기들의 삶을 되찾을 수 있을까? 아닐 것이다. 그들은 이미 언제부터 시작된지도 모르는 계엄령 속에서 끝도 없는 절망과 좌절의 시간을 오랫동안 지내고 있는 중이었다. 이번 사태를 통하여 어른들이 각성하고 젊은이들의 심정을 헤아려서 출구를 마련해줘야 한다. 동병상련이란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우리가 때를 잘 만나서 경험했던 '아주 보통의 청춘'을 지금 청년들에게도 허락하게 해야 한다.


강자가 약자를 무시하고 짓밟으면 공동체의 파멸은 필연이라는 사실이 역사의 교훈이다. 청년들의 자살율이 세계 1위이다. 약자들은 죽음으로 자기들의 억울함을 강변한다. 오직 그것 밖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에게 '아보하'는 하늘에서 뚝딱 떨어지는 요행이 아닐 것이다.


#아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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