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일지
한번 듣고 사라지지 않고서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명징하게 마음 속에 남는 말이 있다. 작년 11월에 김애란 북토크에서 작가가 전해줬던 문장 하나가 이정표처럼, 등대처럼 자리를 잡고 들어앉았다.
"성장이란, 내가 작아지는 만큼 세상이 커지는 것이라는 말이 있어요."
나는 요즘 바쁘게 사람들을 만난다. 특별히 내세울 것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무명의 장삼이사들을 대하며 그분들의 처지와 표정을 살피게 된다. 예전에는 내 머릿속에 꽉 들어찬 생각들과 가슴에 담은 뜻을 전하는데 급급하느라 미처 챙기지 못하고 지나쳤던 많은 것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눈을 밝히고 귀를 열려고 노력한다. 아직도 뭔가를 가르치려는 태도는 여전하지만, 부끄럽지만,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내가 작아지며 넓어진 여백에 누군가의 무엇인가가 흔적을 남기고 되새김질하게 만든다. 감사한 날들이다.
예전에는 나를 크고 중요한 존재로 만들어 줄 것 같은 목적지가 생기면, 그곳만 쳐다보고 걷고 뛰느라 들풀이 발에 밟히는지도 모르고 지냈다.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무릎을 꿇어 그것들을 자세히 들여다 볼 여유도 없을 만큼 나는 미숙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외적인 성장보다 내적인 성숙이 더 귀중하다는 것을 요즘 많이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