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일지
지난 일요일부터 어제까지 장인 어른의 장례를 치렀다. 어제 장지에서 병원 장례식장으로 돌아와 상복을 벗고 일상복으로 갈아입는 순간, 비로소 세상의 소음이 귀에 들어왔다. 자동차 소리, 웅성거리는 사람들 소리, 어디선가 들리는 새소리….
문득 지난 사흘이 마치 다른 세상에 다녀온 꿈만 같았다. 그곳은 망자가 이끌고 유족들이 따르던 시공간이자, 캄캄한 우주처럼 어둡고 무겁고 적막한 공간이었다. 남겨진 사람들은 죽음이 드리운 그곳에서 인생이 얼마나 허망하고 덧없는지를 잠시나마 되돌아보게 된다.
삶의 마지막 여행은 그 누구도 함께할 수 없는 절대 고립의 법칙이 지배한다. 유족들은 그 무시무시한 고립과 절멸이 주는 공포 앞에서 두려움과 허무함을 느끼며, 마치 망자가 펼치는 시공간을 표류하는 듯한 기분마저 든다. 바로 그때,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뚫고 밖의 세상에서 누군가의 손길이 다가온다. 조문을 와주시고, 메신저와 문자로 애도의 뜻을 보내주시고, 한 줄 댓글로 위로를 전해주시는 분들의 연락은 마치 궤도를 이탈한 우주선에 지구로부터 송출된 전파가 도달하는 것과도 같다.
그 메시지에는 우리가 결코 고립된 존재가 아니며, 서로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된 운명 공동체임을 확인시켜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래서 다시 세상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그 사실을 일깨워준 분들에게 마음 깊이 동질감과 감사함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너무나 소중하고 고마운 존재인 것이다.
* 사진: 선영 앞에서 유족을 반겨준 밤나무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