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오늘 일지

모세의 지팡이

오늘 일지

by 김쾌대

우연히 발견한 튀르키예 이스탄불 톱카피 왕궁박물관에 전시된 '모세의 지팡이'의 자태가 저에게 깊은 위안을 줍니다. 영화에서 봤던 기억으로는 사람 키보다 더 크고 멋질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볼품없고 초라한 그 모습에서 저는 지팡이의 외형이 아닌 ‘누구에 의해 어떻게 쓰였는가’에 대한 경건한 묵상을 하게 됩니다.


저 역시 보잘것없고 내세울 것 없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저보다 더 큰 뜻(얼) 앞에 겸허히 무릎 꿇고, 있는 그대로의 제 모습을 받아들이며 제 앞에 놓인 크고 작은 일들을 묵묵히 감당하면서 지난한 삶의 여정을 한 걸음씩 지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하여 비록 후세에 박물관에 남을 만한 위대한 업적을 이루지 못하더라도, 마지막 숨을 내쉬며 눈을 감을 때 평안한 마음으로 세상에 작별 인사를 고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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