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노트
눈부셨던 만남과
비틀거렸던 헤어짐,
그 시간의 흐름 사이에
가슴속이 터지고
타이어가 터지고
눈발이 쏟아지고
카톡이 쏟아지고
기다림에 지치고
거짓말에 지치고
흐느끼고
소리치고
별빛은 스러지고
생명도 지워지고.
멀어져간 메아리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대신에 한 깨달음이
그 자리를 채운다.
사실, 죽음은 허상이다.
죽어가는 사건만이 진실이다.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에
모래톱이 무너져 내리는
참상만이 있을 뿐.
사랑도 없다.
화산이 터지고
용암이 바다로 흘러
차갑게 식어갔다는
이야기가 있을 뿐.
죽음도 사랑도
명사가 아닌 동사여서
부서진 사랑에 관한 추억이란
그렇고 그런 루머일 뿐이다.
다만 생명의 바래짐이,
그걸 지켜봐야 하는 오늘이
하염없이 아쉽고 또 쓸쓸한 것이다.
그대, 다시 사랑할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