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노트
마지막이 가까와지면
마음은 뜸을 들인다.
처음 시작할 때의 설렘도,
중간을 가로지르던 열정도,
천천히 숨을 고르며 식어간다.
하고 싶은 말들도
해야 하는 말들도
부질 없다는 생각에
입을 다문다. 침잠한다.
밥솥은 뜸을 들일 때는
뚜껑을 열어놓지 않는다.
익어가기를.
깊어지기를.
한 시절의 끝에서 매듭을 묶는 일은
뒤를 돌아보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결국 다시 앞을 향해 나아가겠다는
작은 의식이며 큰 결심을 표하는 것.
말보다 더 깊은 울림을 만들어 내자.
어떤 작별은 눈물조차 차갑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