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자신이 쓴 글들이 책으로 발간되기를 원한다. 그런데 글을 쓰는 단계와 책을 내는 단계는 너무도 다른 세계여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쉽게 말해 글쓰기는 자유인 데 반해 책으로 내려면 상업성 테스트라는 허들을 통과해야 한다.
상업성이라고 하여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 독자들이 흥미를 가져야 하고 출판사의 손익분기를 맞춰야 한다. 즉 많은 독자가 책을 사서 저자나 출판사가 약간의 이익을 낼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를 포함하여 모든 작가들이 자문해보자. 내가 쓴 책이 많이 팔릴 것 같은가? 본인은 잘 썼지만 무슨 이유든 독자가 돈 주고 사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독자와 시장의 판단이 옳고 작가가 거기에 못 미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 잘하고 못하고가 아니라 취향이 맞고 안 맞고의 차이일 뿐이라는 것이다.
나의 경험에 의하면, 출판사는 흥미 있는 주제를 원하고 무언가 독특하거나 사회적 수요가 있는 분야를 선호한다. 당연한 이야기다. 시대적으로 사회의 수요가 있다 해도 톡톡 튀는 맛이 있는 것을 찾는 것 같기도 하다. 팔릴 것인가 안 팔릴 것인가의 판단은 출판사가 매우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평범한 에세이나 자기 생각을 담은 산문 같은 글은 발간되기 어려울 것이다. 유명작가라면 모르지만 말이다. 이런 스타일의 글들을 읽어보면 전업작가나 아마추어나 별 차이 없는 것 같고, 잘은 모르지만 브런치 작가들의 글도 상당한 수준이라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다만 유명작가로서의 지명도가 있어야만 이런 종류의 책이 출판되는 것이 아닌가 짐작을 한다.
다른 한편으로 보면 출판시장의 불황은 한두 해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보다 인구 대비 훨씬 책이 많이 팔리던 일본에서도 최근 몇 년간 종이책 판매액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책 사서 읽는 사람이 줄어들거나 전자책으로 이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이는 일본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출판시장의 상황이 쉽게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출판사는 계속 책을 내야 하기에 훨씬 까다롭게 팔릴 만한 책을 선별하고자 할 것이다. 출판사가 더욱 몸을 사리게 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내가 쓴 책이 출판사에 의해 선택되지 않거나 운 좋게 출판이 되는 경우에도 안 팔릴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다수의 출판사에 컨택하여 낙점되는 것도 좋지만 그게 아니라면 자비출판이나 무료출판과 같은 루트를 이용해도 괜찮을 것이다. 물론 내 책이 알려지고 팔린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지만 안 알려지고 안 팔려도 내가 만족하면 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노력한 대가가 보상받지 못해서 서운하다면 출판사 취향에 맞게 써서 픽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 것 역시 매우 어려운 일임에 틀림이 없다.
요즘 POD 출판이 확산되고 있다. 약간의 비용으로, 또는 거의 무료로 책을 발간할 수 있지만 서점의 매대에는 오르지 않기에 유통의 기능은 미약하다고 할 수 있다.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자비출판 할 수 있는 곳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런 종류의 출판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고 나의 경우에는, 남들이 내 책을 읽어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내가 내 책의 독자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이왕이면 전자책보다는 종이책이 나은 것 같고 책으로서의 실체가 있고 없음이 중요할 것이다. 책이 발간되면 내가 사서 주변에 좀 나눠주거나 옆에 두고 가끔씩 읽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내 의견은 확고하다. 쓴 책이 팔리는 것과 팔리는 책을 쓰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것이다. 본인이 이 모두에 적합한 능력이나 지향을 갖고 있지 않다면 고민하고 좌절하는 과정을 최소화하고 책을 쉽게 발간하여 내가 읽으면 된다는, 어찌 보면 안이하게 보이는, 그런 선택을 하면 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