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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열 Jul 16. 2019

참으로 심심한, 그러나 매력있는,
태국 후아힌

나홀로 여행 2탄

지난번 방콕 여행에 이어 두 번째 나홀로 여행을 가게 된 곳은 후아힌이었다. 방콕 수완나폼 공항에 내려 다시 버스로 4시간 내지 5시간을 가야 하는 곳. 방콕 근교의 도시로서 파타야와 함께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 그러나 파타야와 후아힌은 여러 면에서 마치 짜놓은 것처럼 대조를 이룬다.

우선 파타야는 방콕 공항에서 두 시간이면 가지만 후아힌은 그 두 배 이상 걸린다. 더 중요한 것은 파타야는 유흥도시인 반면 후아힌은 휴양도시라는 점이다.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옛 왕실의 휴가지로 알려진 후아힌에는 유명 관광지, 대형 쇼핑몰, 화려한 밤거리 등 내세울 것이 거의 없다. 매우 조용한 그리고 차분한 도시일 뿐이다. 유일한 자랑거리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해변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는 것이다.

물론 여행지를 소개하는 책자나 관련된 각종 자료에는 후아힌의 명소를 여러 곳 추천하고 있지만 그중 대부분이 실제 가보면 인공으로 조성된, 조금은 촌스러운 정도의 볼거리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산토리니파크, 베네치아, 플런완, 씬스페이스 등이 그런 곳들인데 우리나라 놀이공원의 규모나 내용에 비해서 백분의 일쯤 된다고 보면 무방할 것이다. 또한 여행자료에 빠지지 않고 소개되어 있는 옛날 별궁이나 왕실 건물도 거의 문이 닫혀져 있거나 뛰어난 건축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후아힌은 대중교통 면에서 매우 취약성을 갖는다. 방콕이 지하철과 수상버스로 어디라도 갈 수 있다면 후아힌은 시내 중심지 이외에는 택시를 타지 않으면 갈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 또 길거리에서 택시를 잡아타지 않는 구조라서 누군가에게 택시를 불러달라고 부탁한 후 기다렸다가 타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중에 보니 현지인이나 오래 머무르고 있는 관광객들은 썽태우라고 하는 대중교통 수단을 활용하여 웬만한 곳은 갈 수 있는데(그러나 산토리니파크, 베네치아 등 시내 외곽은 안 간다) 처음 여행하는 사람이 어디서 무슨 썽태우를 타고 내리는지 알 길이 없기에 초보 여행자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도시 후아힌에는 묘한 매력이 있다. 우리로 말하면 완전 시골이고 유명 볼거리나 즐길 장소가 거의 없고 그래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의 여행자는 찾아보기 힘든 반면에 서구 사람들이 많고 가족 단위거나 장기 체류를 하는 관광객이 대부분이라는 점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방콕이나 파타야가 갖고 있는 화려함 대신 소박함만 갖고 있는 이 도시에 어떤 매력이 있는 것일까?

아름다운 해변에서 낮 시간 오래 지내거나 저녁에 맥주 한병 들고 석양을 즐기는 서양의 나홀로 여행족과 대화할 기회를 통해 그들은 그 편안함, 조용함, 여유로움을 즐기려고 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간을 쪼개 여기저기 다니고 기념사진 찍고 유명한 식당과 술집에 들리고 하는 여행은 싫다는 것이다. 며칠이 아니라 한 달이나 두 달간 그저 쉬러 왔기 때문에 여기가 좋다고 한다. 아무 것도 안하면서 쉴 수 있는 곳, 어딜 가도 시끌벅적 하지 않은 곳, 유흥이라고는 시내 중심에 있는 나이트마켓 뿐.

후아힌에서는, 밤이 되면 북적되는 술집도 유혹적인 클럽도 없어서, 그렇다고 호텔방에 있기는 뭣해서 올 수 있는 곳이 나이트마켓이다. 여기서는 맛있고 다양하며 가성비 좋은 음식을 즐길 수 있고 수많은 사람구경을 할 수 있으며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밤문화를 만끽할 수 있다. 나도 나이트마켓에 가서 케밥, 까오팟, 롯띠, 똠양꿍 등 평소 먹고 싶었던 현지 음식을 맘껏 즐길 수 있었다. 맥주도 매일 마셨다. 방콕이나 파타야와 달리 후아힌에서는 거의 영어가 안 통하지만 나이트마켓만은 영어가 잘 통하므로 현지인, 서양인들과 수다도 떨 수 있었다.

한 가지 더 후아힌의 매력을 든다면 현지인들이 너무나도 순박하고 친절하다는 것이다. 태국 전체가 친절한 듯 하지만 이곳 시골은 훨씬 더 친절하다. 큰 도시나 유명 관광지에 비해 여기는 관광지로서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다고 말할 수 없다. 그만큼 불편함이 많다. 그러나 길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간단한 단어로만 이야기한다던가 지도나 글씨를 적어서 물어본다던가 하는 상황에서 현지인들은 말할 수 없는 친절함을 보여준다. 설명을 하지 못하니까 본인이 같이 걸으면서 안내를 해주거나 다른 사람에게 데리고 가서 알아보아 준다거나 하는 등 마음에서 우러나는 친절함을 경험할 수 있다.

우리도 그런 시절이 있었던가? 약간은 수줍고 순박하며 내가 어려워도 남을 도와주려는 마음이 있었던 시절? 있었겠지. 그런데 잘 살아지면서 다 없어진 건 아닐까? 방콕도 친절하지만 이 정도는 아닌 것 같고 친절함은 있지만 순박함은 없었던 느낌인데 후아힌은 순박함과 친절함이 몸에 배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정말로 심심한 이곳에서 며칠을 보내면서 다음번에 다시 여행을 간다면 어디든 그냥 조용한 시골을 찾아가 그저 쉬다만 오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여행에 정답이 어디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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