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새, 비, 흙, 돌, 땀, 숨, 이 모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다. 하나같이 한 글자로 되어 있어서 인위적인 느낌이 나는 점은 부인하지 못한다. 일부러 그리 정한 것은 아니고 생각해보니 그렇기에 공통의 속성으로 나열했을 뿐이다. 돈, 지위, 명예 등 다른 가치들에 비해 이들 공통분모가 주는 만족감이 훨씬 큰 듯하다.
나는 숲을 참 좋아한다. 무언가 답답하고 숨 막히는 상황에서도 숲에 들어서면 편안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숲의 공기, 냄새, 풍경 등 숲이 주는 위로는 무엇으로도 대체하지 못한다. 숲 속이나 근처에는 반드시 새들이 산다. 새들의 소리도 듣기 좋거니와 날거나 걷는 모습도 참 귀엽다. 다만 비둘기와 갈매기는 예외이다. 이들은 너무 도시화되고 인간화되어 같은 새라도 좋다는 생각이 별로 안 든다.
나는 비가 참 좋다. 비 내리는 소리와 땅으로 떨어지는 물의 감각은 묘한 위로와 안식이 된다. 비 오는 날은 밖에 나가 조금만 걸어도 금세 기분이 좋아진다. 비는 눈에 비해 훨씬 품위 있고 매력이 있다. 물론 장마, 집중호우처럼 큰 피해를 줄 때도 있지만 이런 경우를 제외하면 비는 사람을 편안하고 느긋하게 만들어주는 경우가 많다. 눈도, 올 때는 보기 좋지만 그치고 나면 미끄러워 위험하고 금방 더러워져서 나는 안 좋아한다.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 뭐 이런 말이 있지만 나는 그런 곳은 없고 대신 흙과 돌이 깔려있는 곳이 좋은 땅이라고 생각한다. 굳이 황토가 아니라도 맨발로 흙을 밟으면 왠지 상쾌한 기분이 된다. 건강해지는 느낌도 받는다. 돌이나 바위가 주는 아름다움, 그리고 단단하고 차가운 감각도 참 좋다. 고급 주택이나 건물들의 자재와 꾸밈에 돌을 많이 쓰는 이유는 바로 그러한 점에 있을 것이다.
그런데 고대 이집트부터 시작하여 로마제국을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그 많은 돌을 인간들이 갖다 썼는데 아직도 돌이 많이 있다니 신기할 뿐이다. 피라미드를 짓고 제국시대 마찻길을 조성하는 데 엄청난 돌을 썼고 지금도 많이 소비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나무는 새로 심어서 자란다지만 돌은 자라거나 생성되지 않을 텐데 어찌 된 일일까? 흙과 돌의 실용적, 심미적 가치는 모래만 있는 황량한 사막지대를 생각하면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나이 먹어서 땀을 흘리는 경우가 자주 있을까? 젊어서 일 할 때, 특히 육체노동을 할 때는 땀을 많이 흘린다. 그러다가 나이 들어 쉬는 세대가 되면 땀 흘리며 뭔가 하는 경우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어쩌다 운동을 하거나 몰두하는 일이 있을 때 흘리는 땀은 기분 좋고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내 몸을 움직여서 땀 흘릴 기회를 얼마나 많이 갖는가라고 할 것이다.
“요즘 운동 뭐 하세요?” “별 거 안 해요, 그저 숨쉬기 운동만 하고 살아요.” 이런 대화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운동 안 한다는 것이 숨만 쉬고 산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런데 곰곰 생각해보면 숨 잘 쉬는 것, 특히 흉식호흡이 아닌 복식호흡 정확하게는 횡경막호흡을 잘하는 것이야말로 엄청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자율신경으로 작동되는 여러 기능 중 우리가 유일하게 조절할 수 있는 것이 호흡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