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폭염으로 시달렸던 한여름이 거의 끝나간다. 아직 대낮에는 많이 덥지만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조금씩 낮아지고 있다. 무더위에 힘들었던 점도 있지만 8월말 부친상을 치르게 되면서 올여름은 특히 고통과 회한의 시간으로 오래도록 남게 될 것이다.
부친은 충남 부여에서 교사로 재직하다가 자식들 교육을 위해 서울로 올라왔고 부여에서 서울로 전근을 해줄리 없는 상황에서 안정된 평생직장인 학교를 그만두고 출판사에 취직을 하셨다. 나의 어린 기억으로도 출판사의 박봉으로 어렵게 살 수 밖에 없었고 부모님 모두 많은 고생을 하셨다.
세상 어디에도 가족, 식구를 이승에서 떠나보내는 심정이란 말로 표현되지 않을 만큼 아프고 애련할 것이다. 절두산 성지에 유골을 모실 때 집전해주신 사제의 한 말씀이 진한 여운을 주고 있다. 살아생전에 잘 해드린 것보다 못 해드린 게 더 생각이 날 테지만 돌아가신 이후에 고인의 뜻을 헤아려 잘 살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너무 애통해 하지 말고 담담하게 고인을 기억하고 애도하면 충분하다고 한다.
이 여름, 나라 안과 밖에서 정치지형의 격변, 온갖 자연재해 등 개인과 국가 모두에게 평온한 시간이 별로 없었지만 그래도 가을은 오고야 말 것이다. 그리하여 세상이 조금 더 평화로워지고 보잘 것 없는 것처럼 보이는 삶의 의미를 새길 수 있는 숙고와 숙성의 계절로 바뀌게 될 것이다. 모쪼록 그리 될 수 있기를 기원하며 작은 기도를 올린다.
후기:
참고로 우리 가족의 납골묘는 절두산 성지 내에 마련되어 있다. 절두산 성지는 과거 새남터라고 불리던 천주교의 박해장소이고 여기에 순교성인들을 기리는 성당과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성당은 물론 공원이 매우 아름다워서 나는 가끔 여기 들르기도 한다. 다른 한쪽에 일반인들의 납골묘를 모시는 부활의 집이 있는데 너무나도 정갈하고 엄숙해서 기도하기 참 좋은 장소이다.
지금도 국내와 해외에서 전쟁이나 사고와 같은 불상사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은 벌써 3년 반이 넘어 이어지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도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태이다. 최근 남수단에서는 일부 정치군인들이 자국 국민을 대량학살하는 내전이 벌어지고 있고 지구촌 곳곳에 화재나 폭발 같은 사건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인간의 탐욕이 부르는 비극은 언제쯤 멈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