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이야기
(커버 이미지 출처 : buttalapasta.it / Paulo Vilela)
이탈리아에서 성탄절이 가까이 오면 부모, 형제 그리고 가까운 지인들과 꼭 주고받는 선물이 바로 빠네또네입니다. 반짝이는 크리스마스트리 밑에 사랑을 전하는 선물뿐 아니라 빠네또네가 네다섯 개씩 쌓여있는 것은 이탈리아 가정이라면 볼 수 있는 자연스러운 모습입니다. 그래서 12월이 되면 슈퍼마켓에는 여러 회사에서 만들어진 빠네또네가 진열되어 있고, 이탈리아 제과점이라고 할 수 있는 파스티체리아 (Pasticceria)에서는 고유의 레시피로 만들어진 다양한 종류의 전통 크리스마스 빵을 앞다투어 내놓게 됩니다.
밀라노에서 처음 만들어진 이 빵은 누가 언제 어떻게 만들었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이것이 오히려 여러 사람들의 입을 통해 내려온 빠네또네의 전설을 더 유명하게 하였습니다. 이 전설의 버전은 서너 가지가 있지만 저는 그중에 가장 많이 알려진 이야기 하나를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5세기 중반 밀라노를 지배하던 사람은 영주 루도비코 일 모로 (Ludovico Il Moro, 1452-1508)였습니다. 높은 예술적 관심으로 밀라노에 르네상스를 선도하였고,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그의 제자들을 후원하면서 그 유명한 최후의 만찬 그림을 의뢰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루도비코는 성탄절 전날 점심에 많은 사람들을 초대하는 파티를 계획하였고 궁정 수석 셰프에게 지금까지 사람들이 먹어보지 못했던 성탄절의 특별한 빵을 주문하였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음식을 준비해야 했던 셰프는 빵을 굽는 데에 온전한 시간을 낼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토니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주방보조에게 파티의 마지막을 장식할 이 빵이 오븐에서 타지 않도록 잘 지켜보라고 하였습니다.
며칠 동안 음식을 준비하느라 지친 토니는 따스한 오븐 앞에서 깜빡 잠이 들었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요, 오븐이 있는 부엌은 빵타는 냄새와 연기로 가득 차 있었고 깜짝 놀란 토니는 잠에서 깨어 연기가 빠지도록 급히 모든 창문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두려운 마음으로 오븐 앞으로 다가갔습니다. 거기엔 빵은 흔적은 없고 까만 재만 소복이 쌓여있었습니다. 셰프도 이 소란에 달려와 빵이 다 타버린 것을 보고 초대한 손님들 앞에서 화난 영주가 자기를 죽여버릴 것이라는 두려움에 휩싸이게 됩니다.
젊고 모든 일에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었던 토니는 곧 한 가지 생각을 떠올렸습니다. 다행히 토니는 그날 저녁에 자기 가족을 위해서 만들 빵을 위해 준비해 둔 천연 효모가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 내고 셰프에게 일단 자기에게 모든 걸 맡겨달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앞치마를 고쳐 입은 토니는 남아있는 밀가루를 찾아 반죽을 하고 여기에 생전 빵에 넣어보지 않았던 계란, 건포도, 설탕, 버터, 오렌지 껍질과 말린 과일 조각 등 주변에 있던 재료들을 넣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생효모를 넣어 부풀어 오르게 한 다음 오븐에 넣고 이번엔 타지 않도록 자리를 뜨지도 않고 지켜보았습니다.
과일향 섞인 고소한 냄새가 나기 시작하였고 여태껏 못 본 크기로 부푼 빵은 짙은 황금 색깔로 변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토니는 정확한 시간에 오븐에서 빵을 꺼내어 셰프에게 가져갔습니다. 셰프도 생전 처음 본 빵이었지만 이제는 다른 대안이 없었습니다. 결국 토니의 빵에 모든 것을 걸고 크리스마스 빵을 기다리고 있는 많은 사람들과 영주 루도비코에게 가져갔습니다.
긴장하고 있던 셰프와 토니 앞에서 초대받은 모든 사람들은 생전 먹어보지 못한 크리스마스 빵에 탄성과 만족스러운 대화를 하였고 영주에게 크리스마스 최고의 빵이라고 감사의 인사를 하였습니다. 루도비코 자신도 이 새로운 빵에 매우 만족을 하였고 토니를 앞으로 나오게 하여 빵의 이름이 무엇인지를 물어보았습니다. 토니는 아직 이 빵에 대한 이름을 생각지 못하였다고 하였고 영주는 빵에 축복을 한 후 토니의 이름을 붙여 다음과 같이 부르기로 하였습니다.
Pan de' Toni (빤데 토니)
이 이름은 세월이 흘러 여러 사람들의 입을 거치며 Panettone라 불리게 되었고, 이 크리스마스 빵은 밀라노 사람뿐만이 아니라 이탈리아 그리고 전 세계 사람들이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일반적인 것은 클래식 빠네또네라고 해서 건포도와 조각 오렌지 껍질이 들어간 것이지만, 지금은 크림, 초콜릿, 아몬드, 누텔라 등 다양한 재료를 각각 넣어 만든 빠네또네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무게는 1kg을 기준으로 해서 만들고 가격은 10유로에서 30유로 정도 사이입니다.
스토리가 있는 빵은 배를 채워주는 것뿐만 아니라 들어간 재료 하나하나를 음미하게 하고 내 존재감을 더 풍성하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집에서 한번 만들어 봤습니다.
물론 제 아내가 만들었죠 ㅎㅎ
그런데 케이크처럼 쉽게 만들 수 있는 빵이 아니란 걸 이때야 알았습니다. 두 번에 걸친 발효와 오븐에 굽고 난 후에는 부푼 빵이 무너지지 않도록 식혀주는 시간도 필요했습니다. 이 빵을 먹기 위해 꼬박 이틀은 걸렸으니깐요. 이만큼 정성이 들어가는 빵이라서 오랜만에 온 식구가 모이는 크리스마스에 딱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반죽과 1차 발효를 해서 빵틀에 넣습니다.
2차 발효를 하고 빵과 이 빵을 먹을 모든 사람을 축복하듯 칼집을 십자 표시로 넣습니다.
오븐에 약 170도로 50분 동안 구워 나온 맛있는 크리스마스 빵입니다. 맛있는 냄새를 맡았는지 오늘도 길냥이가 찾아왔습니다.
모두 행복한 크리스마스 되세요!
Buon Natale a tutti, Merry Christma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