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이 저린 아침

나도 모르게 끌어안은 것들

by 산뜻


꿈에 중학교 때 친구가 나왔다.

그 친구는 묘한 아이였다.

어딘가 도덕적으로 결여된 아이 같다고 느꼈다.

소시오패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었다.


마지막에 멀어진 계기는

성인이 된 후, 오랜만에 만났을 때 나를 지갑 취급하듯 대하는 느낌을 받아서 ‘친구가 아니구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조용히 멀어졌고, 자존심이 강하고

마음을 알 길 없는 그 아이는

그 이후에 나에게 연락 한 통조차 하지 않았다.


꿈에서 나는 그 애 머리를 엄청 때렸다.

제발 정신 차리라는 마음이었다.

근데 그 아이는 맞고서도 화도 내지 않고

시선을 내리며 혼자 작게 웃었다.




몇 년 전 본가를 가는 길에 버스에서 마주쳤을 때,

혼자 웃었던 그 얼굴과 비슷했다.

그때도 나한테 아는 척도 않았고, 같은 정류장에 내린 후에 한 번도 뒤 돌아보지 않고 제 갈 길을 갔었다.


뭐가 그렇게 좋았던 걸까.

꿈에서 그 아이는 나에게 팔짱을 꼈다.

화가 나서 그 애 머리를 때리던 나였는데,

“왜 좋지…?”라고 중얼거렸다.


잠에서 깨어났을 때, 왼손이 심하게 저려왔다.

나는 몰랐다.

지나간 인간관계에서조차,

그렇게 많은 감정을 쥐고 살아왔다는 걸.

나 너무 많은 감정을 안고 살아왔구나…

꿈에서라도 그 감정들을

해소하고 싶었던 걸까.




:-)

지나간 타인의 감정까지

내 몫이라고 여기면서

다 끌어안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