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뒤에야 보이는 마음
안개가 끼면 시야가 흐려진다.
무엇을 보아도 형태가 뭉개져 보이기 때문에
우리는 자연스레 더 조심스럽게 움직이게 된다.
운전도 그렇다.
속도를 늦추고, 뿌연 안갯속에
무엇이 숨어 있는지 더 주의 깊게 바라봐야 한다.
사람의 존재도 안개와 닮았다.
눈앞에서 보이지 않고 사라졌을 때,
오히려 마음속에서는 더 선명해지곤 한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흐릿해졌는데
의식은 더 집중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사랑은
사라지고 난 뒤에야 또렷해지는 순간이 있다.
결국,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
의식보다 무의식 깊숙이 스며든 감정들이
더 오래 남고, 더 사랑을 닮아 있다.
나는 안개를 통해 그 사실을 다시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