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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사람의 색깔

상처받은 내가 존재감을 만들어간 이야기

by 산뜻

나는 나를 색으로 표현한다면 무슨 색깔일까 참 어려웠다. 나의 존재감이 희미하다고 느꼈고 줏대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계속 생각하면서 산 결과 난 유리 같은 사람이었다. 색이 없는 투명함. 유리병처럼 속이 다 보여서 주변의 색이 비치는 사람. 도화지 같다고도 생각했다. 그리는 대로 다 덧입힐 수 있는 사람.


그런데 투명한 물은 물감 묻은 붓 한 번만 풀어도 탁해진다. 참, 나는 약하고 휩쓸리는 인생이었다. 이용하기도 쉽고, 조종하기도 쉬운 그런 사람. 그러다 보니 나는 점점 투명함을 불투명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색깔이 있는 척하고 주변을 비추지 않는 척했다. 진심으로 대하는 성격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 사람들과 거리를 두며 살았다. 아는데도 모르는 척하는 일은 내 특기였다. 줏대 없는 내가 또 휩쓸리며 살게 될 수도 있고, 나의 약함을 들키고 싶지 않았으니까. 진심은 곧 약함이었다. 살아가면서 나는 내 마음을 그대로 비추고 싶지 않았다. 다 드러나면, 내 영역이 침범당하고 쉽게 상처받을 수 있으니까.


그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나는 무지개 같은 사람이 되었다. 유리 같은 사람이 탁한 물 같은 사람이 되지 않고, 무지개가 되었다.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내 상처받은 경험들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불편한 감정도 마주 보려 노력하고 내 마음속에 차곡차곡 나의 경험을 쌓다 보니 결국 다양한 색을 가진 사람이 되었다. 나의 대표적인 성격 특성을 말하자면, 해맑고 사람을 좋아하지만 내향적이고 경계심이 많다. 철학적이면서도 분석적이고, 동시에 본능적이고 단순하다.


나는 살다 보니 양면적인 성격을 모두 갖게 되었고 그게 나의 매력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투명한 유리병에서 탁한 물이 아니라 무지개가 된 거다. 내 아픈 경험까지 마음속 서랍에 그냥 썩혀두지 않고, 다시 꺼내 보고 들여다보고 소중히 쌓아온 내가 자랑스럽다.

출처 : 핀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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