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빼고, 집중하고, 즐겁게
모든 배움의 3원칙. 힘 빼고, 집중하고, 즐겁게
피아노도, 수영도, 스키도, 요가도 나에겐 공통점이 있다.
오래 배웠지만 실력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오래 이어온 취미라서 주변에서는 내가 꽤 잘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막상 같이 해보면 실상은 '딱 할 줄 아는 정도' 잘한다고 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실력이다.
10년 가까이 해온 요가도 여전히 머리서기를 못하고, 온갖 유연성 자세에서도 실격이다.
수영도 마찬가지다. 쉽고 편안하게 하는 듯하지만 각 잡고 일 년 정도 배운 사람보다 체력도 속도도 쳐진다.
스키는 말할 것도 없다. 어릴 적 배운 구력으로 슬로프를 어찌어찌 내려오지만, 잘 탄다고 하기는 어렵다.
피아노도 그렇고, 돈 벌어먹던 프로그래밍도 딱 그 정도였다고 생각한다.
일을 하는 동안에는 취미를 일처럼 최선을 다하기 싫다는 변명으로 실력을 커버치곤 했다.
그리고 일로 하는 프로그래밍을 대할 때는 일하느라 바빠서 따로 공부할 시간이 없다고 변명했다.
물론 그때는 어느 정도 진심이기도 했지만, 되짚어 돌아보면 일이 바쁜 게 문제는 아니었다.
나는 그냥 배움에 서툰 사람이었다.
아니 배울 태도를 갖추지 못한 사람이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하겠다.
서툰 내 모습이 싫어서 배우려고 하지 않았고, 그 과정이 괴로워서 더 잘하려고 노력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요즘에서야 내가 얼마나 잘못 생각해 왔고, 그 때문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놓쳐왔는지를 깨닫는다.
이 깨달음의 시작은 피아노였다.
학원을 다녀도 제자리걸음이던 피아노 실력이 몇 달 사이에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시작은 그냥 '나도 좀 더 잘 치고 싶다'는 가벼운 생각이었다.
그다음은 자연스럽게 진심으로 연습하기 시작했다.
그냥 반복하는 연습과 한 음 한 음을 잘 치기 위해 모든 손가락에 집중해 연습하는 건 아예 달랐다.
그렇게 연습하기 시작한 지 이틀 만에 치던 곡의 소리가 달라졌다.
그러고 나니 옆에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봐라'하는 첨언이 듣기 싫지 않았다.
드디어 배울 준비가 된 것이다.
그 간은 서투른 나를 숨기기에 바빠 배움의 기회를 조언이 아니라 실력이 부족하다는 말로 듣고 있었다.
그리고 이 자기반성은 피아노를 요가로, 스키로, 수영으로, 프로그래밍으로 바꿔도 동일하다.
못하면 누가 혼내기라도 할 새라 힘을 꽉 주고, 서툰 모습을 감추느라 집중은 못한 채,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며 투덜거리며 배웠다. 아니 그래서 배웠지만 배우지 못했다.
그렇게 배움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 태도를 마음에 적었다.
힘은 빼고, 집중해서,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원해서 선택한 일이니까 겸허히 즐기는 마음을 갖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