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면접봤던 회사에서 연락이 와서 며칠 전 커피챗을 했고,
이후에 대표님이 개발팀과의 핏이 어떨지 피드백을 요청해왔다.
실제 내부현실은 직접 일해본 게 아니라 잘 모르겠지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지금 개발팀이 마주하고 있는 문제들이 많은 부분에서
지금까지 내린 잘못된 결정들 때문에 생긴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세상에 물리적인 서버를 직접 운영한다는 점이 결정적이었고,
그 외에 여러 기술 선택에 대한 답변도 아쉬웠다.)
모든 스타트업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존재하기에 문제가 많은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리고 당연히 잘못된 결정을 내릴 수 있고, 또 고쳐가면서 성장한다.
다만 지속적으로 잘못된 결정을 내려서 겪지 않아도 될 불필요한 문제를 계속 겪고 있다면,
실제 해결해야 할 문제를 풀지 못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이 들었을 때, 대표에게 개발팀과의 핏에 대한 피드백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외부인으로서 이런저런 부정적인 이야기를 굳이 전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한편으로는 이 부분을 빼고 솔직한 피드백이 가능할까 싶기도 했다.
동시에 실제로 이 상황을 어떻게 인지하고 있는지도 조금 궁금하기도 했고 말이다.
아마 변화가 가능하다면 주도권을 잡아 일해보고 싶은 생각이 아예 없지는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내가 아는 사람 중 일을 제일 잘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넌지시 조언을 구해보았다.
그의 답은 두 가지였다.
첫째는 내가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을 먼저 말하라는 것.
내가 생각하기엔 어떤 것 같다는 결론에 대한 설명을 하기보다는
‘나는 이것을 원하는데 지금 팀에서는 이것을 얻을 수 없다.
혹은 나는 이것을 원치 않는데 지금 상에서는 이렇게 될 것으로 느껴진다.’고 말해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야기를 할 때, ‘실제 현실은 어떤지 제가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하고 안전거리를 챙기라는 팁까지)
두 번째는 내가 고민 중인 상황이라면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상대방에게 더 주도권을 넘기며, 대화를 나눠보라는 조언이었다. 실제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어떤 기대를 가지고 있는지.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어떤 사람을 원하고 어떤 역할을 맡기고 싶은지. 그것을 위해 얼마만큼의 변화 감수할 수 있는지. 이런 질문들에 대해 깊게 생각하는 일은 꽤 고통스러운 일이고, 그런 과정을 통해 상대방의 의지와 동시의 나의 의지도 테스트해 볼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는 조언이었다.
마지막으로 덧붙인 조언은 ‘돈이 부족한 건 아닌지 항상 생각해 보라’는 것.
지금 이러이러해서 별로라고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연봉을 얼마나 받을 지에 따라 이 대답은 분명 달라지는 일일 수 있다고. 그러니까 최종적으로는 이 질문을 꼭 한 번 해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