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을 다스릴 땐 모르는 척 넘어가고
[5] 집안을 다스릴 땐 모르는 척 넘어가고
治家粧聾做啞 집안을 다스릴 땐 모르는 척 넘어가고
養兒就乾推濕 애 기를 때는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주네.
三字訣貧而樂 ‘가난해도 즐겁다[貧而樂]’ 석 자를 간직하면
甚麽憂到眉睫 무슨 근심에 눈살을 찌푸리겠나
[평설]
이 시는 가장(家長)의 고뇌를 담고 있다. 그는 다른 시에서도 가장(家長)으로서의 버거움을 여러 번 토로한다. 처성자옥(妻城子獄)은 모든 가장의 숙명적인 굴레이지만, 병약하고 섬약한 그에게는 더더욱 무겁게 다가왔다. 1, 2구는 가장이 감당해야 할 치가(治家)와 양아(養兒)에 대한 해답을 나름대로 제시한다. 치가를 능숙하게 처리하거나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보다는 그저 방관자의 입장을 취한다. 반면 양아에 있어서는 자신의 몫을 다하려고 했다. 생활인으로서 열심히 삶을 개척하지도, 그렇다고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완전히 모른 척 하지도 못했다.
그는 가난했다. 가난하기 때문에 치가와 양아는 더 한층 괴롭게 다가왔다. 앞서 [2]번 시에서 낡은 옷 한 벌에 끓는 물 한 접시[一虞裳一蟹湯]는 『논어』에 나오는 일단사일표음(一簞食一瓢飮)의 이언진 버전이라 할 수 있다. 가난해도 즐거운 것은 하나의 당위로써 존재할지는 몰라도, 실제로는 가난하면 괴롭기 마련이다. 이 시는 가난하기에 괴롭고 치가와 양아에도 서툰 가장의 힘겨운 고뇌가 보인다.
이 시는 비교적 평이하게 읽힌다. 그의 시에는 안빈낙도(安貧樂道)와 분세질속(憤世嫉俗, 세상에 울분을 느끼고 속된 것을 싫어함)이 자주 등장한다. 현실에 대한 안빈낙도와 분세질속은 대척점에 위치하면서 일종의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그러니 그가 안빈낙도를 말해도 문면 그대로 그 자체를 즐긴다고 읽히지 않고, 스스로 그래야겠다는 다짐 정도로 보인다. 그래서 오히려 현실의 무거움과 사회의 모순을 정반대로 떠올리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이것은 이언진 시의 주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다.
[어석]
장롱주아(粧聾做啞): 일부러 귀머거리 벙어리인 체하며 듣지 않고 말하지 않음. 원(元)나라 왕실보(王實甫)의 『西廂記』에 나온다. 또, 『金甁梅』에는 “做啞裝聾”이라 했다.
취건추습(就乾推濕): 어린아이를 잘 돌보아 기름. 추조거습(推燥居濕)과 같다. 명(明)나라 『殺狗記』,「孫榮奠墓」에 “三年乳哺恩愛深, 推乾就濕多勞頓”이라 했다.
빈이락(貧而樂):『論語』,「學而」에 “자공이 ‘가난해도 비굴하게 굴지 않고 부유해도 교만하게 굴지 않으면 어떻습니까?’라고 묻자, 공자가 ‘그것도 괜찮기는 하다. 그러나 가난해도 즐기고 부유해도 예를 좋아하는 것만은 못하다.’[子貢曰: ‘貧而無諂, 富而無驕, 何如?’ 子曰: ‘可也. 未若貧而樂, 富而好禮者也.’]”라 했다.
미첩(眉睫): 눈썹과 속눈썹. 넓은 의미로 ‘사람의 얼굴’이란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