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가면 고생이요 놀러 나가도 고생
[9] 집 나가면 고생이요 놀러 나가도 고생
出辛辛遊苦苦 집 나가면 고생이요 놀러 나가도 고생
居喜喜處歡歡 거처하면 기쁘고 머무르면 즐거워.
形體不老不弱 몸은 늙지도 약하지도 않거니와
眷屬無飢無寒 식구들은 주리지도 춥지도 않네.
[평설]
이 시는 일상의 사소한 즐거움을 말하고 있다. 가족은 버겁기도 하고 위안이 되기도 한다. 가까이 있으면 떠나고도 싶지만 떠나 있으면 이내 가까이하고 싶다. 집에서 지내는 즐거움을 출유(出遊)와 대비하여 나타내었다. 여기서 출유는 그가 두 번 경험했던 연행(燕行)처럼 장기간으로 집을 비웠던 일로 추정된다. 오래 집을 비워 보니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지내는 일이 가장 즐거웠다. 3, 4구에서는 그러한 즐거움을 말하고 있다. 몸이 힘들지 않으니 자신은 늙지도 약해지지도 않고, 비용을 밖에서 쓰지 않으니 식구들을 위해 더 많이 음식을 살 수 있고 더 따뜻하게 보낼 수 있다.
물론 이는 소극적인 면이 있으나 다른 한편 생활의 지혜를 직설적으로 나타낸 면도 있다. 다른 시에서 고통을 거리낌 없이 말하던 시인이 여기서는 소담한 일상의 즐거움을 말했으니, 아마도 결혼 초기 아이가 생기고 가정에 단란한 기운이 감돌 때 쓴 것으로도 보인다. 냉혹한 현실에 금방 부서질 것 같은 즐거움이어서 그런지 더욱 애틋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