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사기 치지 마소
[10] 시장에서 사기 치지 마소
市裡別起謎諢 시장에서 사기 치지 마소
不辨漢語倭語 중국말인지 왜말인지 모르겠는데
米和沙銀夾銅 쌀에 모래 섞고 은 사이에 동을 끼어
全瞞過村男女 촌 사람들 완전 속여먹구만.
[평설]
이 시는 모리배가 판치는 시장을 그려 사회상을 질타하였다. 번역은 작가가 장삿꾼에게 하는 말투로 했다. 그의 시에서 제시된 공간이 국내인지 국외인지 불분명한 것이 적지 않다. 여기서는 두 가지 다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둔다. 먼저 북경 시장의 모습으로 살펴보겠다. 조선의 시장에서 은을 거래의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았지만, 중국의 시장에서는 으레 은이 화폐로 통용됐다. 이를테면 촌사람이 일을 보러 북경에 왔다가 시장에 가서 3콰이 어치 쌀을 사는데, 10콰이 큰 은덩어리 내놓았다. 장사치는 쌀에 모래도 섞고 거스름돈 7콰이를 내주면서 일부는 동에다 겉에 은분으로 칠한 것을 끼워주는 것이다. 촌사람은 은분으로 칠한 동을 본 적이 없기에 당연히 속게 된다. 명청 시기 북경은 온갖 속임수가 판치는 것으로 유명했다. 청나라 때 나온 서적 중에 이러한 속임수를 정리해 놓은 책이 있을 정도였다. [10], [11], [12]번까지를 북경의 모습으로 그린 시로 볼 수도 있다. 만약에 조선의 시장을 묘사한 것이라면 아마도 의주나 진강성 등 국경 지역의 시장으로 보인다.
[어석]
별(別): ‘유달리’, ‘특별히’의 뜻도 있지만 ‘하지 마라(勿)’의 뜻으로도 사용된다.
기(起): 만들다.
미(謎): 수수께끼, 원(諢)은 우스갯소리나 별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