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발 밥을 먹고 배부르면 쉬다가는
[13] 한 주발 밥을 먹고 배부르면 쉬다가는,
一碗飯飽則休 한 주발 밥을 먹고 배부르면 쉬다가는,
大道傍抱頭眠 한 길에서 머리를 감싸 안고 잠을 자네.
寒乞兒憐承旨 떠는 거지 아이가 승지를 불쌍타함은
雪曉裏每朝天 눈 내리는 새벽마다 상감 알현(謁見) 해야 해서네.
[평설]
이 시는 “거지가 도승지 불쌍타 한다”라는 속담을 시화(詩化)한 것이다. 거지는「호동거실」21번, 148번에도 등장한다. 1,2구는 배부르면 쉬다가 대로변에서 태평하게 누워 자는 모습이다. 제3자가 아주 태평한 거지를 관찰한 것처럼 서술했다. 포즉휴(飽則休)는 전고가 있는 말이다. 황정견(黃庭堅)의「사휴거사시서(四休居士詩序)」에 “송(宋)나라 태의(太醫) 손방(孫昉)이 사휴거사(四休居士)라고 자호(自號)하였는데, 그 뜻을 묻자 “쓴 차와 싱거운 밥을 먹다 배부르면 그만 먹고, 옷을 기워 추위를 막다 따뜻하면 그만 입고, 평온한 마음가짐으로 과하다 싶으면 그만두고, 욕심도 질투도 내지 않다 늙어지면 그만 쉰다.[麤茶淡飯飽卽休 補破遮寒暖卽休 三平二滿過卽休 不貪不妬老卽休]”라고 한 말에서 나왔다. 물론 이 경우는 의원이라 거지와는 신분이나 처지가 다르지만, 자족(自足)적인 정신을 말하는 것은 둘 다 같다.
그런데 3, 4구에서는 비교를 통해 가치판단을 내리지만 상식을 전도시켰다. 거지 아이가 부러워할 대상인 승지를 오히려 연민하고 있다. 왜 그럴까? 거지는 배부르면 쉬는데 승지는 눈 내린 새벽에도 매일 조회에 참석하느라 눈발을 무릎 쓰고 가야하기 때문이다. 거지를 승지보다 우위에 위치해 놓음으로써 통쾌함을 주는 한편, 주어진 계급에 순응하지 않겠다는 자부와 저항도 함께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