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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동욱 Mar 05. 2023

초한(楚漢)의 영웅, 한시로 만나다 24

이원진(李元鎭),「역사를 읊다[詠史]」

24. 한고조가 이긴 이유

山東隆準氣雄豪   산동 살던 큰 코 가진 분 기상이 웅혼하여

一約三章帝業高   약법삼장에 황제의 사업이 높았다네.

莫道入關無所取   함곡관 먼저 들어갔어도 얻은 게 없다 말하지 말게.

祖龍天下勝秋毫   진나라 쟁취한 일 터럭같은 차이에서 승부 났으니.

이원진(李元鎭),「역사를 읊다[詠史]」     


[평설]

삼장(三章)은 약법삼장(約法三章)이다. 한고조(漢高祖)가 관중에 들어가 진(秦)나라의 가혹한 법을 폐지하고 세 조항으로 줄여서 새로 만든 법을 시행했다. 세 조항의 법은 곧 “첫째 사람을 죽인 자는 사형에 처하며, 둘째 남에게 상해를 입힌 자와 도둑질한 자에 대해서는 그 범죄 정도에 상응하는 처벌을 한다. 셋째 진나라의 법은 모두 폐지한다”라는 것이다. 어쩌면 약법삼장과 같은 작은 일에서 한고조의 대업은 이미 이루어졌는지도 모른다.

초회왕(楚懷王)이 함곡관에 먼저 들어간 자에게 관중왕을 주겠다고 했다. 유방이 먼저 입관(入關) 했기에 당연히 관중왕이 되어야 하지만 장량의 계책에 따라 항우에게 관중왕을 양보하였다. 유방이 어찌 보면 아무 소득도 없이 물러난 것으로도 보이지만 실제로 더 중요한 민심(民心)을 얻었다. 유방은 입관하여 약법삼장을 만들었지만 항우는 입관하여 약탈에 치중했다. 작다고 하면 작을 수도 있는 이러한 차이가 천하의 주인을 바뀌게 했다.     


[참고]

이 시는 『소화시평』과 『태호시고』에 나온다. 위의 본문은 소화시평을 따른다.『태호시고』 에는 “神堯苗裔沛中豪,  一約三章帝業高. 莫道入關無所犯, 祖龍天下過秋毫”라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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