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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동욱 Mar 05. 2023

초한(楚漢)의 영웅, 한시로 만나다 25

박순, 「왕릉의 어머니[王陵母 以下四首少時作]」

25. 목숨 버려 아들을 깨우친 왕릉의 어머니

一劍捐生爲大劉(일검연생위대유)   한차례 칼 휘둘러 유방(劉邦) 위해 목숨 버려

却敎英俊向西遊(각교영준향서유)   출중한 이 서쪽 향해 가도록 하였다네.

可憐白髮居巢客(가련백발거소객)   가련타. 흰 머리로 거소(居巢) 살던 나그네는 

空擲餘生事沐猴(공척여생사목후)   부질없이 남은 삶을 던져 원숭이(項羽) 섬기었네.

박순, 「왕릉의 어머니[王陵母 以下四首少時作]」     


[평설]

이 시는 왕릉과 범증의 삶을 대비시켜서 시상(詩想)을 전개하고 다. 우선 1,2구는 왕릉의 이야기이다. 진(秦) 말기에 왕릉(王陵)이 같은 고향 출신인 한왕(漢王) 유방(劉邦)을 따라 항우(項羽)를 공격하였다. 그러자 항우가 왕릉의 어머니를 인질로 잡고 그를 유인해 부르려고 하자 왕릉의 어머니가 몰래 사자를 보내면서 “한왕은 위대한 분이니 두 마음 갖지 말고 섬기라 하더라고 전하라.” 하고 칼로 자결하였다. 『한서(漢書)』 권40 「왕릉전」에 나온다. 이 이야기는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서서(徐庶) 어머니의 이야기와 거의 비슷하다.

다음 3,4구는 범증의 이야기이다. 목후이관(沐猴而冠)의 고사를 말했다. 항우(項羽)가 진나라 궁궐을 모두 불태우고는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며 “부귀해지고 나서 고향에 돌아가지 않는다면 비단옷을 입고 밤에 돌아다니는 것과 같으니 누가 알아주겠는가.”라고 하자, 유세하는 자가 “초나라 사람은 원숭이를 목욕시키고 갓을 씌워 놓은 것과 같다고 하더니, 그 말이 사실이로구나.〔人言楚人沐猴而冠耳 果然〕”라고 하였는데, 항우가 이 말을 듣고는 그를 삶아 죽였다고 한다.『史記』권7「항우본기(項羽本紀)」에 나온다. 

결국 1,2구는 왕릉 노모의 장렬한 행위로 왕릉이 유방을 섬긴 일을 가리키고, 3,4구는 범증의 참담한 실패로 왕릉 노모의 장거(壯擧)를 환기하는 방법을 썼다. 사실 3,4구의 범증 이야기는 큰 의미가 없고, 전반적으로 왕릉 노모를 칭송하기 위해 쓴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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