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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동욱 Mar 07. 2023

초한(楚漢)의 영웅, 한시로 만나다 26

이제현(李齊賢), 「조참(曹參)」

26. 늘 술에 취해 있었던 조참

病瘡餘痛九州同(병창여통구주동)   아픈 뒤에 남은 통증 온 나라 똑같아서 

兪扁何施藥砭功(유편하시약폄공)   유부와 편작인들 어떻게 치료하랴. 

不作歌呼終日醉(부작가호종일취)   노래 부르고 온종일 취하지 않았다면 

膠西枉見白頭翁(교서왕견백두옹)   교서에서 백두옹을 쓸데없이 본 것이리. 

이제현(李齊賢), 「조참(曹參)」     


[평설]

나라에는 곤란한 문제가 한 두 개가 아니어서, 이미 중병에 걸린 것과 다름이 없었다. 유부와 편작같은 명의가 있더라도 고치기 어려운 지경이 되어 버렸다. 시인은 나라의 어려운 현안을 풀 수 있는 인물로 조참을 제시한다. 한고조가 천하를 통일한 뒤에 소하는 1등 공신이 되고 조참은 2등 공신이 된다. 최전선에서 온 몸에 상처가 70개가 넘게 생길 만큼 싸워 왔던 조참으로서는 서운할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 뒤 조참은 제나라에서 재상으로 일하게 된다. 교서(膠西)의 백두옹(白頭翁)은 개공(蓋公)를 가리킨다. 조참은 그를 맞이하여 치세에 대해 자문하자 청정한 정치를 시행하면 백성들이 안정된다고 답하였다. 결국 조참은 개공의 황로술(黃老術)을 배워서 남다른 성과를 내었다. 그가 나랏일을 맡은 지 9년 동안 나라는 안정되어 명재상으로 이름이 높았다. 그 뒤 조참(曹參)은 소하(蕭何)의 뒤를 이어 승상(丞相)이 되었다. 조참은 날마다 술을 즐겨 마셨으며, 여러 사정으로 오는 사람에게도 그들이 사정을 말할 틈도 주지 않고 술을 권하여 술에 취해 돌아가게 했다. 그가 만약 무위지치(無爲之治)를 하지 않았다면 치세(治世)는 물론이거니와 자신의 안위도 장담할 수 없었다. 이 시에는 극심한 혼란기에 지식인이 어떠한 처세를 선택 할지에 대한 고민이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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