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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한의 영웅 한시로 만나다 28

이경동(李瓊仝), 「진평(陳平)」

by 박동욱

28. 옷을 벗고 노를 젓다

糠覈空令孺子肥(강핵공령유자비) 거친 밥은 부질없이 진평을 살찌게 했고

人言盜嫂我全疑(인언도수아전의) 형수 사통했다지만 나는 다 의심하네.

平生謾說奇謀六(평생만설기모륙) 평생에 기묘한 꾀 여섯이라 허투루 말하지만

裸棹舟中自一奇(나도주중자일기) 배 안에서 옷 벗고 노 저은 것도 또 다른 기묘한 꾀네.

이경동(李瓊仝), 「진평(陳平)」


[평설]

진평은 재주가 있었지만 그만큼 오명(汚名)도 따라다녔다. 대표적인 것은 형수와 사통하고 사람들에게 뇌물을 받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뇌물은 수중에 무일푼이라 어쩔 수 없이 받은 것이었고, 형수와 사통했다는 소문은 진위가 분명치 않다. 1구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진평은 집이 가난한 데도 훤칠하고 잘 생겨서 사람들이 말하곤 했다. “집도 가난한데 뭘 먹고서 이렇게 살이 쪘소?” 저자는 이러한 진평에 대한 기존의 평가들이 다 의심스럽다고 하며, 진평에 대해 새롭게 평가할 것을 시사했다.

진평은 잔꾀가 많은 꾀돌이였다. 그는 여섯 가지 기이한 계책을 냈던 것으로 유명하니 여기서 육출기계(六出奇計)란 말이 나왔다. 진평은 여러 번 주군을 바꾸었다. 위(魏)나라를 거쳐 초(楚)나라에 있다가 한(漢)나라로 갔다. 초나라에서 한나라로 갈 때에 벌어진 일이다. 진평이 나룻배를 타자 뱃사공이 진평의 범상치 않은 용모를 보고 귀중품이 있을 거로 생각해서 죽이려 들었다. 진평은 미리 그 사실을 알고 일부러 옷을 홀딱 벗고서 배의 노질을 도와주어, 자신이 아무것도 지닌 것이 없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이 일은 여섯 가지 계책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또 다른 하나의 계책으로 뽑을 만하다고 했다. 대체로 진평에 대해 긍정적으로 재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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