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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한의 영웅 한시로 만나다 29

송시열, 「항우[項羽]」

by 박동욱

29. 항우의 마지막 선물

垓下楚歌四面同(해하초가사면동) 해하에서 초나라 노래 사방에서 울리니

千金萬戶欺重瞳(천금만호기중동) 천금·만호 내걸고서 항우를 압박했네.

平生仁愛今方信(평생인애금방신) 평소의 인자함을 이제야 믿겠으니

猶德烏江呂馬童(유덕오강여마동) 오히려 오강에서 여마동에게 덕을 베풀었네.

송시열, 「항우[項羽]」


[평설]

항우는 해하(垓下)에서 한나라 군사에게 포위당했다. 사방은 한나라 군사들이 부르는 초나라 노래로 가득하였다. 이때 이미 항우는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고 있었다. 항우가 패하여 오강(烏江)을 건너려 할 때 그의 옛 친구이자 한(漢)나라의 기사마(騎司馬)인 여마동(呂馬童)에게 항우는 말했다. “한나라에서 내 머리를 천금(千金)과 만호(萬戶)의 식읍을 걸었다고 하니 내 너를 위해 덕을 베풀마.” 그러고 나서 스스로 목을 베어 죽었다. 강동 땅 자제 8천 명을 데리고서 천하를 제패할 꿈을 꾸었으나, 이제는 나룻터에 홀로 선 몸이다. 강동 땅에 돌아가서 불투명한 재기를 꿈꾸기보다는, 명예로운 죽음을 택했다. 자기 목은 다른 이에게 할 수 있는 마지막 시선(施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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