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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동욱 Apr 18. 2024

초한의 영웅 한시로 만나다 30

유근(柳根), 「항왕(項王)」

30. 장막에서 우희와 함께 울다

錯道天亡是戰功(착도천망시전공)   하늘이 망하게 했다 잘못 말했지만, 전쟁 승부 때문이고,

英雄氣力有時窮(영웅기력유시궁)   영웅의 힘과 기운 갖췄지만 불리할 때 있었네. 

范增旣去龍且死(범증기거용저사)   범증은 벌써 가고 용저도 죽었으니,

獨與虞姬泣帳中(독여우희읍장중)   우희와 항우만이 장막에서 울었다네.

유근(柳根), 「항왕(項王)」     


[평설]

『사기』「항우본기」에 “이는 하늘이 날 망하게 한 것이지 잘못 싸운 것이 아니다. (此天之亡我, 非戰之罪也)”라 나온다. 이 한마디 말에서 항우의 본심을 헤아릴 수 있다. 자신이 망한 것은 하늘 탓이지 자신의 탓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항우는 스스로 자멸(自滅)의 길로 나간 것이나 다름없다. 2구는 다음과 같은 구절을 염두에 둔 말이다.『사기』「항우본기」에 “힘은 산을 뽑고 기운은 당대를 덮을 만한데, 시기가 불리하니 오추마도 아니 가네[力拔山兮氣蓋世 時不利兮騅不逝]”라 하였다. 영웅의 자질을 갖추고 있어도 불운(不運)에는 어쩔 수 없는 법이다.

항우(項羽)의 신하로는 범증(范增), 종리매(鍾離昧), 용저(龍且), 주은(周殷) 등이 대표적이다. 그는 유방에 비하면 인재풀의 숫자도 적었지만, 그나마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범증은 이간계에 걸려 고향으로 돌아가다 등창이 나서 죽었고, 용저는 한신과 싸우다가 한신의 계책에 걸려서 죽었다. 오직 남은 이는 우희밖에 없었고,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눈물을 흘리는 일뿐이었다. 항우는 망할 길로 찾아 들어갔고 하늘도 그의 불운에 한몫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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