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광한, 「항우(項羽)」
34. 허망하게 끝난 8년의 세월
堂堂氣力竟何如(당당기력경하여) 당당한 힘과 기운 결국 어찌 되었는가?
學劒無成耻學書(학검무성치학서) 검술 배워 성취 없고 글 배우기 부끄러워하였네.
密擊詐坑皆戰罪(밀격사갱개전죄) 은밀히 공격하고 속여서 묻는 것이 모두 전쟁에서 벌인 죄이니
八年空爲漢驅除(팔년공위한구제) 팔 년을 헛되이 한나라 위해 몰아냈네.
신광한, 「항우(項羽)」
[평설]
항우의 힘과 기운은 당대에 으뜸이었지만 결국 끝이 좋지 않았다. 어릴 때 글이나 검술을 배우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서, 만 사람을 대적하는 방법인 병법(兵法)을 배우는 것을 기뻐하였다. 항우는 여러 번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는데 여기서는 그중 두 가지 사건을 언급하고 있다. 은밀한 공격[密擊]은 의제(義帝)를 강 가운데서 은밀히 공격하여 시해한 일이고, 속여서 묻는 일[詐坑]은 항우가 신안(新安)에 이르자 진(秦)나라의 항복한 군사 20여만 명을 속여서 구덩이에 묻어 죽인 일이다. 항우는 8년 동안 70여 차례 전투에서 한 번도 지지 않았지만, 결국은 유방에게 패배하여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지난 8년 세월이 한나라를 위해 헛힘을 쓴 꼴이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