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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동욱 Apr 25. 2024

초한(楚漢)의 영웅 한시로 만나다 35

이응희, 「우연히 『한서』를 보다가 영웅을 탄식하다 3수 중 1수」

35. 오강에서 최후를 맞다

項王氣蓋世(항왕기개세)   항왕은 기개가 세상 덮을 만하니 

雄傑古無倫(웅걸고무륜)   출중함 예전에도 비길 데 없네.

膂力能扛鼎(여력능강정)   뚝심은 세 발 솥을 들 수 있었고  

威稜自斃人(위릉자폐인)   위엄은 사람 절로 자빠뜨렸네.

醯鷄秦牧守(혜계진목수)   진나라 지방 장관 초파리쯤이고  

螻蟻漢君臣(누의한군신)   한나라 군신들은 벌레처럼 여겼지만 

竟死烏江上(경사오강상)   마침내 오강 가에서 세상 떴으니 

天何命不眞(천하명부진)   천명은 어찌 그리 못 믿을 것인가? 

이응희, 「우연히 『한서』를 보다가 영웅을 탄식하다 3수 중 1수 [偶見漢書歎英雄 三首]」항우     


[평설]

항우는 참으로 대단한 사람이었다. 고금을 통틀어 그만한 영웅은 찾아보기 힘들다. 끝내 항우는 황제가 되지는 못했지만, 사마천은 『사기(史記)』를 쓰면서 제왕들의 사적(事績)만 기록하는 본기(本紀)에다 그를 배치했다. 항우를 제왕으로 대접한 셈이다. 항우는 어떤 인물이었을까? 항우는 힘이 세어 세 발 달린 솥을 두 손으로 번쩍 들었다.『사기』전체에서 솥을 들어 올릴 수 있었던 사람은 두 명뿐이었다. 나머지 한 명은 유방의 여덟 아들 중에 일곱 번째인 회남왕 유장(劉長)이다. 게다가 항우가 큰 소리로 꾸짖으면 천 명의 사람이 모두 자빠져서 일어나지 못했다. 또, 진나라의 지방 관리나 한나라의 군신들을 모두 업신여기며 자신의 상대가 되지 않는 것처럼 여겼다. 

저자는 항우가 천명(天命)과는 상반되게 오강(烏江)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했다는 말로 조사(弔辭)를 대신했다. 그렇지만 그의 비극적인 삶은 항우 스스로가 초래한 것이 많았다. 그렇다면 항우의 비참한 죽음이 그의 천명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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