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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동욱 Apr 26. 2024

삼국의 영웅 한시로 만나다 16

채제공,「동작기(銅雀妓)」

16. 너무나도 달랐던 유언

歌舞荒臺春復秋(가무황대춘부추)   황량한 대 위에서 봄가을로 가무 하니  

含情兒女倘知羞(함정아녀당지수)   정 품은 여인들도 부끄런 줄 알았다네. 

傳聞漢帝崩殂日(전문한제붕조일)   듣자니 유비께선 붕어하신 그 날에는  

遺詔光明泣武侯(유조광명읍무후)   남긴 유언 광명함에 제갈량 울었다네. 

채제공,「동작기(銅雀妓)」     


[평설]

조조와 유비는 너무나도 다른 유언을 남겼다. 먼저 조조는 임종 때 다음과 같은 유언을 남겼다. “너희 첩여(婕妤)와 기녀들은 때때로 동작대(銅雀臺)에 올라 나의 서릉을 바라보라.” 여기서 서릉(西陵)은 조조의 무덤이다. 자신이 죽어서도 여인들에게 기억되고 싶다는 어찌 보면 황당하기 짝이 없는 유언을 남겼다. 그러니 동작대에 올랐을 여인들도 부끄러워할 만한 일이었다.

반면 유비는 세상을 떠날 때 제갈량을 불러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만약 내 아들이 보필할 만하면 보필하고, 그렇지 못하면 그대가 나라를 취하도록 하라.” 이에 제갈량은 울면서 유선에게 충성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두 사람의 유언을 비교해서 유비는 추켜세우고 조조는 깎아내렸다. 전형적인 옹유폄조(擁劉貶曹, 유비는 옹호하고 조조는 깎아내리다)의 시선이 깔린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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