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근(柳根), 「한고조(漢高祖)」
43. 리더의 자질
豁達天資不自多(활달천자부자다) 활달한 자질에다 자랑하지 아니하고,
從人眞若決江河(종인진약결강하) 남 따르길 진정 강하의 둑 터진 것 같이 했네.
滅秦殲項非他策(멸진섬항비타책) 진 멸하고 항우 죽인데 계책 달리 없었으니
數向良平問柰何(삭향량평문내하) 자주 장량, 진평에게 어찌할까 물었었네.
유근(柳根), 「한고조(漢高祖)」
[평설]
한 고조는 시원시원한 성격에다 제 자랑을 하지 않았다. 게다가 남의 이야기도 잘 들어주었다. 그는 영락없는 보스 스타일이었다. 반면 최악의 리더는 제 잘난 맛에 빠져서 제 이야기만 늘어놓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을 리더로 뽑으면 나라는 도탄에 빠지고 백성들은 신음하게 된다. 지금도 이런 리더가 있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유방이 진나라를 멸망시키고 항우를 죽일 수 있었던 것은 무슨 이유에서였을까? 그가 어려운 결정을 내릴 때는 반드시 장량과 진평을 불러서 의견을 물었다. 그중에 가장 인상적인 일을 예로 들면 다음과 같다. 한신이 제나라의 임시 왕[假王]을 청하자 한고조 유방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량과 진평(陳平)이 유방의 발을 가만히 밟으며 귓속말로 봉해 주라고 간하자, 유방은 한술 더 떠서 진왕(眞王)으로 봉해 준다. 이것이 리더의 품격이다. 리더는 격노를 표출하는 자리가 아니라 격노를 누르는 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