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근(柳根), 「한신(韓信)」
44. 한신이 제거된 이유
追亡詐縛任蕭候(추망사박임소후) 달아나자 쫓아가고 속여서 잡는 것 소하에게 맡겼고
躡足張陳未足尤(섭족장진미족우) 발 밟은 장량과 진평 탓할 것 하나 없네.
怏怏由來爲禍柄(앙앙유래위화병) 불만으로 말미암아 재앙 빌미 되었으니
多多未必辦身謀(다다미필판신모) 다다익선도 일신 계책 되지는 못하였네.
유근(柳根), 「한신(韓信)」
[평설]
소하는 한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그가 한신을 출세시켰지만, 한신을 죽게도 했다. 그래서 ‘성역소하(成亦蕭何) 패역소하(敗亦蕭何)’란 말이 있으니, 성공도 실패도 모두 같은 사람의 탓이라는 뜻이다. 한신이 제나라의 임시 왕이 될 것을 청하자 유방은 격노했다. 하지만 장량과 진평이 유방의 발을 밟으면서 허락해야 한다는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유방은 한신을 제나라의 임시 왕이 아니라 정식 왕으로 봉해 준다.
한신은 유방에게 단 한번의 실수로 제거된 것이 아니다. 그는 유방에게 여러 번 눈 밖에 나는 일을 했고 유방은 한신에게 강력한 경고를 몇 번이나 보냈다. 그렇지만 한신은 괴철의 충고대로 천하를 삼분하여 유방과 항우, 한신의 3강 구도로 재편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유방에게 납작 엎드리지도 않았다. 그 뒤 한신은 회음후(淮陰侯)로 강등된 뒤로도 섭섭한 마음을 유방에게 드러냈다. 그는 누구보다도 많은 군사를 다스릴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이렇게 탁월한 능력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한신은 결국 제거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