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 「영사(詠史)」 9수 중 4번째 시, ‘진평(陳平)’
60. 숨은 공로자
里社爭稱宰肉均(이사쟁칭재육균) 마을에서 고기 잘 나눈다 칭찬했는데
終憑鱗翼作元勳(종빙린익작원훈) 제왕께 몸을 기대 큰 공훈 세웠도다.
若無游學應難用(약무유학응난용) 유학하지 않았으면 응당 쓰이기 어려웠으리니
始信阿兄智過人(시신아형지과인) 이제사 형님 지혜 뛰어났음 믿겠도다.
정조, 「영사(詠史)」 9수 중 4번째 시, ‘진평(陳平)’
[평설]
진평은 마을 제사를 끝내고 고기를 골고루 잘 나누어 주자, 마을 사람들이 칭찬하였다. 그러자 진평은 ““아! 만약 나로 하여금 천하를 다스리게 한다면 이 고기와 같이 다스릴 것이다.” 하였다고 한다. 뒤에 한고조를 도와서 여러 번 공을 세웠다. 진평은 한초삼걸(漢初三傑)인 장량, 한신, 소하 못지않은 활약을 했다.
진평이 이런 활약을 펼칠 데에는 숨은 공로자가 있었으니 그의 형 진백(陳伯)이다. 진백은 동생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일찍부터 알아봤다. 모든 생계는 자신이 떠맡고 동생은 공부에만 열중하게 했다. 진평의 형수는 매일 공부만 하고 돈 벌 궁리는 하지 않는 시동생 진평을 미워했다. 진백은 이런 아내를 쫓아내기까지 했다. 만약 형의 배려가 아니었다면 진평도 이름 없는 촌로(村老)로 생을 마칠 수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