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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동욱 May 12. 2024

초한(楚漢)의 영웅 한시로 만나다 59

서거정, 「표모반한신도(漂母飯韓信圖)」

59. 밥 한 그릇의 은혜와 원한

多君不用蒯生謀(다군불용괴생모)   그대가 괴통 꾀를 쓰지 않음 훌륭했지만 

鳥盡弓藏會有秋(조진궁장회유추)   새 다 잡히면 창고에 활 처박힐 때 오네. 

一飯恩讎人莫笑(일반은수인막소)   밥 한 그릇의 은원(恩怨)을 비웃지 마소. 

當年亦有頡羹侯(당년역유힐갱후)   그해에 또한 힐갱후도 있지를 않았던가. 

서거정, 「표모반한신도(漂母飯韓信圖)」      


[평설]

표모반한신도(漂母飯韓信圖)는 빨래하던 아낙이 한신에게 밥을 주는 광경을 묘사한 그림이다. 서거정이 이 그림을 보고서 한신의 이야기를 시로 썼다. 괴통이 한신에게 독자적인 세력으로 유방과 항우와 함께 천하를 삼분(三分)할 것을 청했다. 하지만 한신은 유방이 예전에 자신에게 베풀어 주었던 은혜를 잊지 못하여 괴통의 제안을 거절한다. 그러나 유방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었다. 유방이 항우와 싸워 이긴 뒤에 한신을 첫 번째 표적으로 삼아서 제거한다. 한신이 뒤늦게 “교활한 토끼를 잡고 나면 좋은 사냥개는 삶아지고, 높이 나는 새가 없어지면 훌륭한 활이 쟁여진다[狡兔死 良狗烹 高鳥盡 良弓藏]”라 하였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한신은 어려울 때 빨래하던 아낙이 베푼 은혜를 잊지 않고, 후에 천금으로 갚아준다. 밥그릇이 별것 아니게 보여도 거기서 은혜와 원한이 생겨나는 법이다. 유방에게도 이런 일이 있었다. 유방이 일이 풀리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유방의 형수는 밥을 얻어먹는 시동생이 꼴 보기 싫었는데 손님과 같이 와서 밥을 청하였다. 그러자 형수는 솥 밑을 박박 긁어 국이 없는 것처럼 보여서 손님이 그냥 돌아가 버리게 하였다. 손님이 가버린 뒤에 솥을 살펴보면 국이 남아 있었다. 유방은 이 일을 두고 형수에게 원한을 품었다가 천하를 통일하고 나서 형수의 아들을 힐갱후(頡羹侯)로 봉해주었다. 힐갱이란 국이 담긴 솥을 박박 긁는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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