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 이름도 없는 무수한 것들[庭草], 이수익(李受益)
177. 이름도 없는 무수한 것들[庭草], 이수익(李受益)
풀은 본래 심었던 것이 아니고
봄바람에 저절로 돋아난 거네.
오직 빛깔과 향기 다름 있을 뿐
무수히 많은 것들 이름도 없네.
庭草本非種 春風自發生
惟有色香別 無數亦無名
[평설]
풀은 자연적으로 알아서 자라난다. 그렇지만 하나하나 빛깔도 향기도 제각각이다. 이루다 셀 수도 없이 많지만 이름조차 없다. 이름이 없다고 해서 존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풀은 자연스레 민초가 연상된다. 영화, 「앙: 단팥 인생 이야기」(2015)에 다음과 같은 인상적인 대사가 나온다. “우리는 이 세상을 보기 위해서 세상을 듣기 위해서 태어났어. 그러므로 특별한 무언가가 되지 못해도, 우리는, 우리 각자는 살아갈 의미가 있는 존재야”
[참고]
이수익(李受益, 1691-1694): 자가 붕지(朋之)이고 호는 간취자(看翠子)이다. 기상이 뛰어나 얽매이지 않았으며 사부(詞賦)를 잘하였다.『풍요속선』에 13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