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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365일, 한시 365수 (178)

178. 느리게 가다[偶吟], 양팽손(梁彭孫)

by 박동욱

178. 느리게 가다[偶吟], 양팽손(梁彭孫)

소 타는 게 즐거울 줄 몰랐었다가

말 없고서 그제야 알게 되었네.

저물녘에 풀 향기 가득한 길에

봄날 해도 다 함께 더디게 지네.

不識騎牛好 今因無馬知

夕陽芳草路 春日共遲遲

[평설]

언제나 말을 타고 다녀서 소 따위는 탈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어떤 연유인지 말이 사라지자 그제야 소를 타고 다니게 됐다. 봄날 해도 더디게 지는데, 소도 더디게 간다. 말을 타고서는 볼 수 없었던 풍경을 이제야 보게 된다. 속도가 빠르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천천히 가는 약간의 불편함만 감수한다면 빨라서 못 보았을 풍경을 보게 된다. 말이 없어진 불편함을 소를 타는 생경함으로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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