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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365일, 한시 365수 (179)

179. 소를 사고서……[久無耕牛, 値南草踊貴], 유의건

by 박동욱

179. 소를 사고서……[久無耕牛, 値南草踊貴, 出所藏得錢, 買一黑牛戱吟], 유의건(柳宜健, 1687~1760)

조용한 봄 도림에 그림자 오래 차가울 때

깨진 구유, 빈 외양간 근심스레 쳐다봤네.

담배가 밀어주는 힘 나에게 빌려주니

우리 안에 무소가 생기게 되었다네.

春寂桃林影久寒 破槽空廐悄相看

南婆借與吹噓力 生出欄邊黑牧丹


[평설]

예나 지금이나 소는 큰 재산 목록이었다. 1970-80년에는 소를 팔아 아이들 대학 공부를 시켜서 상아탑이 아니라 우골탑(牛骨塔)이란 우스갯말이 있을 정도였다. 이 시는 소를 새로 산 기쁨을 적고 있다. 원래는 소를 키우고 있었지만, 소를 팔아먹었고 그 때문에 농사짓는 데 애로사항이 하나둘이 아니 없다. 오랜 세월 구유는 깨져 있었고 외양간은 텅 비어 있어서 그걸 보면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런데 담뱃값이 폭증하여 그 덕에 튼튼한 검은 소를 살 수 있었다. 소가 있어 든든하고 행복하다.


[참고]

도림(桃林): 주 무왕(周武王)이 주(紂)와 싸워 이기고 전쟁을 끝낸 뒤에 다시는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소를 풀어 놓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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