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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365일, 한시 365수 (183)

183. 긴 낮 시간 평상에 앉아서[閑中謾吟], 최기남(崔奇男)

by 박동욱

183. 긴 낮 시간 평상에 앉아서[閑中謾吟], 최기남(崔奇男)

교유는 이미 게으른 혜강처럼 끊어졌고,

예법은 미친 완적처럼 소홀하였네.

영욕은 몸 밖의 일이라 관여치 아니하고

긴 낮에 녹음 아래 평상에 앉아 있네.

交游已絶嵇康懶 禮法全踈阮籍狂

榮辱不關身外事 綠陰長晝坐匡床


[평설]

혜강처럼 사람들과의 사귐도 끊어 버리고 완적처럼 예법도 완전히 무시했다. 사회적인 통로는 다 막혀 버렸다. 영예나 욕됨 따위는 나와 상관없는 것처럼 시원한 그늘 밑 평상에서 시간만 때우고 있다. 사회가 문을 막아 놓아서 내 마음을 닫은 것인가? 내 맘을 닫았더니 사회가 문을 막아 놓은 것인가? 영예가 있는 곳에 욕됨이 따라오는 것인데, 영예를 찾지 않으니 욕됨도 없다는 것에 그나마 위로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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