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 긴 낮 시간 평상에 앉아서[閑中謾吟], 최기남(崔奇男)
183. 긴 낮 시간 평상에 앉아서[閑中謾吟], 최기남(崔奇男)
교유는 이미 게으른 혜강처럼 끊어졌고,
예법은 미친 완적처럼 소홀하였네.
영욕은 몸 밖의 일이라 관여치 아니하고
긴 낮에 녹음 아래 평상에 앉아 있네.
交游已絶嵇康懶 禮法全踈阮籍狂
榮辱不關身外事 綠陰長晝坐匡床
[평설]
혜강처럼 사람들과의 사귐도 끊어 버리고 완적처럼 예법도 완전히 무시했다. 사회적인 통로는 다 막혀 버렸다. 영예나 욕됨 따위는 나와 상관없는 것처럼 시원한 그늘 밑 평상에서 시간만 때우고 있다. 사회가 문을 막아 놓아서 내 마음을 닫은 것인가? 내 맘을 닫았더니 사회가 문을 막아 놓은 것인가? 영예가 있는 곳에 욕됨이 따라오는 것인데, 영예를 찾지 않으니 욕됨도 없다는 것에 그나마 위로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