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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365일, 한시 365수 (185)

184. 젊은 날 커다란 포부 어디로 사라졌나[渡錦江], 윤종억(尹鍾億)

by 박동욱

184. 젊은 날 커다란 포부 어디로 사라졌나[渡錦江], 윤종억(尹鍾億, 1788∼1837)

금강의 강물은 기름보다 더 푸른데

비 젖은 나그네가 나루터에 서 있었네.

젊은 날 세상 바꿀 커다란 포부들이

작은 배로 건네주는 사공만도 못하구나.

錦江江水碧於油 雨裡行人立渡頭

初年濟世安民策 不及梢工一葉舟

[평설]

나루터는 고향 집을 향해 똑같이 열려 있다. 하지만 꿈을 이룬 이와 꿈이 좌절된 이에게 나루터는 다른 의미를 지닌다. 나그네는 비에 흠뻑 젖은 채 나루터에 서서 짙푸른 금강물을 바라보고 있다. 낙향(落鄕)의 복잡한 심정을 빗줄기가 씻겨 주었다. 곰곰이 생각해 본다. 젊은 날에 세상을 구제(救濟)하고 백성(百姓)을 편안하게 큰 포부는 사라진 지 오래다. 사람들을 강 건너편으로 건네주는 뱃사공만도 못했구나. 꿈은 다이어트 해서 현실이란 꼭 낀 옷에 몸을 맞춘다. “아! 세상은커녕 나 하나도 구원하지 못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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