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 너무 뜸한 편지[詠鴈], 이규보(李奎報)
190. 너무 뜸한 편지[詠鴈], 이규보(李奎報)
천 리 밖 사는 친구 소식이 뜸해지니
가을 하늘 기러기가 오기만 기다리네.
새 또한 때에 따라 감정이 덜해지는지
날개가 무거운 게 싫어서 편지 두고 왔네.
故人千里訊音疏 只待霜天雁到初
鳥亦隨時情意薄 唯嫌翅重不將書
[평설]
예전에는 기러기가 편지를 발에 묶어서 전달한다고 여겨졌다. 그래서 안신(雁信)이나 안서(雁書)는 편지의 의미로 사용된다. 기러기도 때에 따라 감정이 오락가락하는지, 제 날개 무거워 거추장스럽다고 편지를 가져오지 않았다고 했다. 사실 소식이 뜸한 친구에 대한 원망을 애꿎은 기러기에게 돌리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