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 눈 속의 까마귀[詠雪], 정창주(鄭昌冑)
191. 눈 속의 까마귀[詠雪], 정창주(鄭昌冑)
不夜千峯月 밤이 아닌데도 봉우리마다 달 떴고,
非春萬樹花 봄이 아닌데도 나무마다 꽃이 폈네.
乾坤一點黑 하늘과 땅 사이에 검은 점 하나는
城上暮歸鴉 날 저물어 돌아가는 성 위 까마귀.
[평설]
시인이 9세에 쓴 작품이다. 대낮인데도 봉우리마다 눈이 쌓여서 달이 뜬 것처럼 환하고, 봄철이 아닌데도 나무마다 눈이 매달려 설화(雪花)가 피어 있다. 그런데 무언가 뚜렷한 검은 점 하나가 보인다. 흰 것투성이에 오로지 검은 점 하나가 눈에 쏙 들어온다. 바로 까마귀 한 마리다. 흰색과 검은색의 강렬한 대비를 이용했다. 아홉 살짜리의 예사롭지 않은 솜씨로 눈밭의 까마귀를 그려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