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 손자가 집으로 돌아가다[憶孫兒], 김시민(金時敏)
200. 손자가 집으로 돌아가다[憶孫兒], 김시민(金時敏)
손자 애와 헤어진 뒤로부터는
허전해서 웃음소리 드물어졌네.
끼니마다 밥 달라던 일 생각이 나고,
외출 때마다 옷 끌던 일 떠올려지네.
귓전에 아이 소리 맴돌고 있어,
말랐을지 살쪘을지 마음 쓰이네.
열흘도 한 해처럼 길고 기나니
겨울나고 손자 오길 어찌 견디랴.
自別孫兒後 無聊笑語稀
三時思請飯 每出憶牽衣
在耳聲呼喏 關心貌瘦肥
一旬如一歲 何耐過冬歸
[평설]
손자 아이가 제집으로 간 뒤로부터는 집 안에 공기는 달라져 버렸다. 온통 손자 아이 생각으로 남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싶지도 않다. 끼니때가 되면 밥 달라고 보채던 모습이, 외출할 때면 옷자락 끌고 매달리던 모습이 떠오른다. 온종일 귓전에는 아이의 목소리가 맴돌아서, 아이가 살쪘을까 말랐을까 자꾸 마음이 간다. 열흘만 못 보아도 한 해가 지난 것처럼 시간이 더디 간다. 그런데 겨울이 지나야 아이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을 다잡기 어렵다. 손자 아이와 헤어진 뒤의 할아버지 마음을 잘 담은 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