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365일, 한시 365수 (201)

201. 눈 위의 발자국[路上有見], 강세황

by 박동욱

201. 눈 위의 발자국[路上有見], 강세황

사뿐사뿐 비단 버선 잽싸게 지나가서

한번 문에 들어가니 가뭇없이 사라졌네.

오직 남은 눈에 다정함 남았으니

담장 밑 남은 눈에 발자국 찍혀 있네.

凌波羅襪去翩翩 一入重門便杳然

唯有多情殘雪在 屐痕留印短墻邊


[평설]

어떤 아리따운 여인을 길에서 우연히 만나 조용히 뒤를 따라가 본다. 그런데 비단 버선에 잰걸음으로 걸어서는 어떤 문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남은 것이라고는 집까지 이어졌던 눈 위에 발자국뿐이었다. 말 한번 못 붙이고 어떤 기약도 하지 못했다. 아쉬움에 길 위에 한참을 서 있었다. 여인의 모습이 마치 환영이었던 지 의심도 되지만, 뚜렷한 발자국이 환영이 아니었음을 말해준다. 아마도 눈 위에 있던 발자국은 그새 속절없이 사라졌겠지만, 마음에 남긴 그리움은 또 다른 발자국으로 지워지지 않고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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