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365일, 한시 365수 (202)

202. 어떤 퇴근길[村家雜詠], 이미(李瀰, 1725∼1779)

by 박동욱

202. 어떤 퇴근길[村家雜詠], 이미(李瀰, 1725∼1779)

저물녘 되어서야 일 겨우 끝마치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호미 메고 돌아오네.

삽살개, 푸른 개가 함께 꼬리 흔들면서

어스름에 성근 울서 부부를 맞아주네.

事到黃昏始放閒 男前婦後荷鋤還

白尨蒼犬齊搖尾 迎在疎籬暝色間


[평설]

새벽부터 시작해서 저물녘이 되어서야 간신히 일을 마쳤다. 휴식의 시간은 그렇게 더디게 찾아왔다. 부부는 호미를 챙겨 들고서, 남편은 앞장서서 가고 아내는 뒤따라온다. 힘겨운 노동에서 부부만이 위로가 되어줄 뿐이었다. 집 가까이 오니 키우는 개 두 마리가 꼬리를 연신 흔들어 대며 부부를 맞아준다. 피곤과 허기를 조금 위로해 주는 것만 같다. 돌아갈 집이 있고 맞아줄 이 있어서 그것만으로도 행복하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일년 365일, 한시 365수 (201)